고창경찰서 모양지구대 순경 유서준
화재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소화기, 위급한 순간에는 작은 소화기 하나가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소방 안전의 중요성을 악용해 주민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새로운 유형의 사기가 발생하고 있다.
바로 관공서나 소방 관련 기관을 사칭해 화재 예방 및 소방시설 점검을 명목으로 소화기 구매를 유도하는 이른바 ‘관공서 사칭 소화기 노쇼사기’다.
이후 소화기 구매를 권유하거나 주문을 유도하고, 피해자가 이를 믿고 물품을 주문하면 거래 과정에서 대금이나 추가 비용을 요구한다. 실제 구매 의사가 없는 허위 주문을 이용해 판매업자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허위 주문과 결제·납품 약속을 악용해 금전을 편취하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이 범죄가 더욱 안타까운 이유는 범죄의 출발점이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 관심과 선의라는 사실이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믿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오히려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첫째, 관공서나 소방기관을 사칭하며 소화기 구매를 권유하는 연락을 받았다면 즉시 믿지 말고 소속 기관과 담당자, 연락처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소방시설 점검이나 소화기 교체를 이유로 구매를 강요하거나 현장에서 즉시 결제하도록 요구한다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실제 의무사항인지 해당 기관의 공식 연락처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넷째, 이미 피해가 발생했다면 상대방과의 통화 녹음, 문자, 계좌번호, 주문 내역 등 증거자료를 보관하고 즉시 경찰(112)에 신고해야 한다.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피해자 중 한 명일지 모르지만, 피해자에게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일상일 수 있다. 특히 공공기관이라는 이름을 믿고, 국가가 안내하는 안전 관련 사항이라고 생각해 의심 없이 따랐던 주민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경찰관으로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수법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하지만 범죄를 막는 방법이 반드시 거창한 것은 아니다. 전화 한 통을 다시 확인하는 것, 송금하기 전 잠시 멈추는 것, 상대방이 정말 해당 기관의 직원인지 확인하는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다.
소화기는 화재를 끄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 사기범의 범죄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필자는 경찰관으로서 이 글이 단순히 신종 사기수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글을 읽은 단 한 사람이라도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고 잠시 멈춰 서서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작은 멈춤이 한 가정의 피해를 막고, 누군가의 평온한 일상을 지키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범죄 예방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한 문장,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작은 확인에서 시작된다.
오늘도 필자는 단 한 명의 피해자라도 줄이기 위해, 주민들의 일상을 지키는 경찰관의 역할을 묵묵히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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